대본집을 들추고, DVD를 리핑하기 시작함.
시간 많을때 천천히 정리해보려고.
주로 본편에서는 생략된부분 + 작가의 주석내용으로 갈것 같음. 개인적인 생각을 덧붙일 수도 있고.
1. 첫번째 소제목 '악마는 문을 열지 못한다'의 작가 주석:
브람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를 보면 흡혈귀는 스스로 창문을 열지 못한다. 변신, 불로불사, 괴력 등 온갖 재주를 갖고 있는데 문을 열지 못하는 건 의외다. 영화 '렛미인'도 마찬가지다. 초대받지 못한 드라큘라는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 억지로 들어왔을때 온몸에서 피를 흘린다. 아마도 은유적 표현이 아니었을까 누군가 악에 빠지는 것은 스스로 단속하지 못했다는.
2. 간단한 수신고 소개와 함께 첫 타이틀이 지나간 후에 나오는 첫 장면은 교장이 수신고의 동문회중 가장 영향력 있는 '무결회'의 총무이자 사이언톨로지에 논문을 게시했을만큼 그 분야의 실력자인 유동식이라는 사람을 무열에게 소개시켜 주는 장면. 유동식은 박무열에게 무결회로 들어오지 않겠냐는 제안을 함. 간단한 대화를 마치고 배웅길에서 유동식과 무열의 대화
유동식: (천장의 cc카메라를 바라보며)처음 왔을 땐 그래도 좀 변했구나 싶었는데 알맹이는 그대로네. 교장실 보안이 왜 저렇게 철저해졌는지 알고 있나?
박무열: ... 졸업식 중에 누군가가 난동을 부린 적이 있다고... 소문은 그렇습니다.
유동식: (피식 웃는다) 우리 동기였어. 그 미친 놈이... 졸업한지 1년만에 쳐들어와서 교장실에 불을 질렀다는데.. 뭐, 내연제라서 바닥 조금 그슬리고 말았지만. (생각해본다) 이 교장 전인가 그 전이던가...
박무열: 어떻게 됐습니까? 그...
유동식: 미친놈? 죽었어. 옥상에서 뛰어내려서
(중략)
유동식: 난 아직도 이 곳에 있는 꿈을 꿀 때가 있어. 빈 교실에 혼자 있는데 문이 모두 잠겨 있거나. 시험지를 받았는데 몇 개나 되는 수성펜이 모두 불량이거나... 그런 꿈. 깨고 나면 언제나 손바닥이 아파. 주먹을 너무 꽉 쥐고 있어서...
남들은 군대 다시 가는 꿈이 악몽이라는데, 난 이 곳의 3년이 악몽이었나봐. 그러니까 자네들은 내 악몽 속에 사는 셈이지.
3. 버스를 떠나기 전, 선생님들이 인원체크를 한다. 강미르 반 선생은 인원수를 보고 한숨을 내쉬다 강미르가 있는지만 확있했고, 강미르의 친구는 후드를 뒤집어쓰고 창가쪽에서 웅크리고있는 누군가를 가리키고는 강미르는 지금 잔다고 말한다.
4. 검은 편지의 전문:
계속해서 생각해봤어. 어디서부터 잘못 된 걸까?
왜 나는 나인걸까?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바라는것.
멀리있는 네 이름을 소리내 부르는 것.
안부를 묻고 네 어깨를 툭 치는 것.
마주 앉아 밥을 먹고, 별 것 아닌 얘기에 소리내 웃는 것.
그러나 너는...
너는 나를 비참하게 물들였고,
너는 나를 구석괴물로 만들었고,
너는 네가 아는 것을 침묵했어.
그리고 너는 내 가망없는 희망을 비웃었고,
너는 내가 가진 단 하나를 빼앗아 목에 걸었고,
너는 내가 내민 손을 잡았다가 놓아버렸어.
그리하여 너는 눈 앞에서 나를 지워버렸고,
마지막으로 너는 나를 가로챘어.
메리크리스마스. 해피뉴이어.
8일 간의 휴일이 지나고 느티나무 언덕 길을 올라 와.
시계탑 아래 서면 죽어 있는 누군가가 보일거야.
걱정할 거 없어, 금방 잊힐 테니까.
빨간 핏자국이 흐려지다 지워지듯이.
아기 예수가 태어난 밤에 나는 너를 저주한다.
5. 유은성의 외모에 대해 작가는 '그녀는 아름답다. 교복위에 점퍼를 걸쳤을 뿐인데도 비현실적으로 아름답다.'는 표현을 씀.그래서 유은성이라는 인물에 대해 재캐스팅을 해본다면 난 임주은을 쓰고싶음.
6. 이외 캐릭터의 첫 등장장면에서 작가의 묘사:
이재규 - 얼핏 평범해보이지만 묘한 매력을 가진 남학생. 말꼬리를 흐리는 버릇이 있다. 그래서 자기 주장이 강한 아이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양강모 - 모두가 교복 차림일때, 혼자만 사복차림.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며 귀에 인공와우를 걸고있다.
윤 수 - 역시 사복차림이고 등장인물 중 가장 패셔너블함. 일본 모델 느낌이 난다. 양강모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쳐다보지도 않고 가운데 손가락을 들어보인다.
최치훈 - 학교 츄리닝을 입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유리알 같은 눈동자. 감정이 섞이지 않은것 같다. 오직 지성만으로 반짝이는 눈동자로 실내를 한번 훑는다.
조영재 - 가장 마지막에 등장. 꽤나 깔끔하게 생겼다. 이목구비도 단정해서 모범생으로 느껴질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조영재의 모범생 같은 얼굴이 순식간에 변하면 무서운 느낌이 든다. 조영재는 양강모에게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에게도 그다지 인기있는 학생은 아닌 것 같다. 특별히 말을 받아주거나 눈길을 주는 학생이 없다.
김요한 - 이마에서 난 피때문에 얼굴이 엉망이지만, 남자는 꽤 미남이다. 물을 다 마신 남자가 안도하며 미소짓는데 그 웃음이 참 선하다.
7. 교문을 열어 남자를 받아들인 학생은 이재규와 박무열. 박무열과 윤종일 선생이 남자를 부축하고 학교 안으로 들어오는 동안 이재규는 교문을 닫는다. 눈때문에 사방이 하얀것을 보며 이재규는 자신이 학교에 갇힌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8. 무열이는 은성이와 헤어진 후에도 쭉 은성이를 신경써온듯. 은성이가 출입금지 구역인 옥상으로 들어가는것을 봤을때 메뉴얼대로만 움직이는 그가 한숨 한번과 함께 그곳에 따라들어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리고 무열이는 은성이가 눈이 가득 쌓인 옥상 아래쪽에 누워있는것을 보고 긴장하며 얘가 숨을 쉬고있는지 확인한다 ㅋㅋㅋㅋㅋㅋ 조염병과 은성이는 꽤나 자주 다투는 편이었는데 (대개 조염병의 시비와 함께 시작되는 대화이긴 하다만) 김요한이 학교로 들어온 그날도 조염병은 은성이를 섹드립까지 섞어가며 갈궈댔고 마찬가지로 은성이도 끝내 조영재를 화나게 할정도로 빈정거렸다. 은성이는 말리는 무열이를 무시하고 밖으로 나가버렸고 무열이는 은성이를 뒤따라가 눈내리는 중앙정원을 바라보며 창가에 뭐라고 쓰는 은성을 어둠속에서 바라본다. (그리고 최치훈은 그런 박무열을 마찬가지로 흘긋 보고는 동관으로 사라진다ㅋㅋㅋㅋ) 무열이가 지나가는 최치훈을 돌아보는 동안 은성이는 사라지는데, 무열이는 다가가서 은성이가 창가에 뭐라고 썼는지 확인한다. 이쯤되면... 무열이나 강모나 뭔가 좀 이상할 정도로 은성이에게 집착하는듯.
9. 본편에서 우리는 카메라로 아이들 각자의 방에 있는 편지들을 확인하고, 그들이 한데 모여 편지들을 가운데 놓고 이야기 하는 것으로 그들이 편지를 받았다는 것을 인식한다. 하지만 대본에서 영재와 강모 무열이와 재규가 서로에게 편지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장면 뒤에 영재는 윤수에게, 재규는 치훈이에게 가서 편지를 받았는지 확인한다.(여자기숙사는 접근이 안되니 제외한듯..) 영재가 윤수에게 가서 물었을때 윤수는 영재에게 자신이 편지 내용을 가사로 만든 노래를 들려준다. 재규가 치훈의 방에 갔을때 그는 화이트 보드 앞에서 리만 방정식을 열심히 풀고 있었고 별 소득 없이 나가던 길에 재규는 쓰레기통에 버려진 검은 편지를 발견한다.
이재규: 저거... 네가 버린거야?
최치훈: 그런데?
이재규: 받았는데 버린 거라구?
최치훈: (연필을 내려놓고 이재규를 본다) 어....
만약 이 장면이 최치훈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재규가 편지보낸 사람이라는건 어쩌면 조금 더 빨리 밝혀졌을 수도 있었을거라는 생각을 잠깐 해봤음ㅋㅋㅋㅋ 분명 사람인 이상 재규는 조금 화가 났을텐데 치훈이는 그 부분을 읽을수가 없었으니까 ㅋㅋㅋㅋ
물론 나중에 최치훈만의 방법으로 범인을 알아내긴 했지만.
10. 최치훈은 감정이 없는대신 예리하다. 그는 편지를 가지고 모이게 된 아이들 앞에서 곧장 추리를 시작한다.
박무열: 단순히 행운의 편지였던 걸까?
양강모: 열받네. 편지 보낸 놈은 지금쯤 집에서 탱자거리고 있다는 거잖아. 어떤 놈이 이런 야무진 장난을 친거야?
최치훈: (감정없이) 모두가 편지를 갖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편지를 받은 건 아니야.
조영재: 뭐?
최치훈: 편지를 갖고 있다고 해서 발신인이 아니라는 증거는 아니라구.
박무열: 그러니까 네 말은 이게 장난이 아니라구.
최치훈: 몰라 장난인지 아닌지는. 그냥 경우의 수를 얘기한 것 뿐이야.
이재규: (조심스럽게) 장난이 아니라는 확신도 없으면서 그 편지를 버린거야?
최치훈: (잠깐 생각해본다) 무슨 내용인지 통 이해가 안가서...
어쩌면 아주 당연하지만, 그럼에도 아주 기본적인 추리를 깔끔하게 해내는 최치훈. 그리고 최치훈이 편지 버린것에 집착하는 재규 ㅋㅋㅋㅋㅋㅋㅋ 본편을 다 본 상태에서 대본을 다시보는 것은 이래서 재미있다.
11. 유은성의 대사는 문어체이지만 꽤 괜찮다. 시적인 부분도 있어서 잘만하면 얼음공주 같은 캐릭터에 자체에 신비하고 서늘한 분위기까지 더해줄 수 있을정도로. 하지만 그 대사를 소화하기에 이솜은 연기가 너무나 부족했고, 그래서 그렇게 시적인 대사가 나올때마다 나는 참을 수 없는 오글거림에 몸을 떨어야 했다. 익숙해지기까지 그 점이 가장 힘들었다.
12. 1화 엔딩씬. 생각해보니 눈치빠른 사람이면 금방 알아챌정도로 스포일러 요소가 있다.
유리창 너머 일곱명의 아이들과 선생님, 남자가 보인다.
무슨 얘기를 했는지 양강모가 카메라를 세팅하고 아이들 틈에 가 선다.
아홉명이 사진을 찍는다.
(중략)
이재규: 나중에 알게 되는 일이지만, 괴물은 이미 우리와 함께 있었다. 그를 위해 문을 열어 놓은 것은 우리 자신이었다.
(중략)
이재규: 물론 그 때의 나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사진속, 아홉명 모두 활짝 웃고 있다.
앞으로 8일동안 이 중 누군가는 살해되고, 누군가는 살인을 하고, 또 누군가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것을.
그리고 이 나레이션이 끝나고 미르가 등장한다. "I will kill you"라는 락음악의 가사를 따라하며 손가락으로 총을 만들어 쏘는 시늉을 하는 강미르의 등장씬은 이 드라마를 본 사람들이 뽑는 베스트컷 중 하나.
이래서 언제 16회까지....
근데 나 이쯤되면 진짜 덕후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봄...
뭐지 나 이렇게 귀찮은 짓 안하는데 왜죠.... 왜 하나도 귀찮지가 않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