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윤수가 이사장 동상과 미르를 한데 엮어넣는게 쉬웠던건 미르가 여러차례 전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르는 이사장 동상에 비키니를 입히거나, 이름에 장난질을 치거나, 동상 머리 위에 똥인형을 얹어놓거나, 또는 동상의 허리부분에 바나나를 매달곤 했다. 학생주임이 신경질적으로 그 바나나를 떼어낼 떼 그 바나나 사이에서 우유가(...) 튀어나왔고 인상을 찌푸리는 학생주임의 표정을 멀리서 망원경으로 지켜보며 강미르와 친구들은 껄껄 웃곤 했다.
이재규: 그리고 방학이 시작되기 3일 전 대형 사고가 터졌다.
-학교 전경
어둠속, 폭발 소리가 들린다. 깜깜하던 창문 여기저기 불이 들어온다.
- 동상 앞
체육복이나 잠옷 위에 대충 겉옷을 걸친 선생님들, 보안직원이 손전등을 들고 뛰쳐 나온다. 너무 급해서 맨 발에 실내화를 신은 사람도 있다. 손전등 불빛 속에서 강미르가 뒤돌아본다. 3대 이사장 동상의 허리부분부터 그 위까지가 부숴졌다. 아직도 먼지와 연기가 스멀거린다.
이재규: 명백한 폭발물에 의한 사고였고, 시내에 있는 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경찰이 출동했을 것이다.
- 징계방 관찰실
강미르가 징계방에 팽개쳐진다. 문이 닫힌다. 징계방과 관찰실 사이의 벽에는 직사각형 모양의 폭이 좁고 옆으로 긴 창문이 나 있다.(중략) 던져진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진 강미르가 벽에 기대 앉으며 CCTV를 쳐다본다. 화가 났다거나 재밌다기보다는 어이없어하는 표정이다.
이재규: 강미르의 부모님은 학교의 권고를 받아들여 자퇴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수신고 최초의 퇴학생으로 결정된 강미르는 수신고의 8일의 방학이 시작되는 날 징계방에서 풀려났고 친구들과 짜고 같은 반의 다른 아이에게 자기옷을 입히고 버스를 태워 떠나보냈다. 강미르는 이재규의 계획에도, 김요한의 계획에도 없었던 제 3의 인물이었고, 결과적으로 그의 존재로 인해 아이들은 상황을 반전시킬 기회를 얻게 된다.
2. 조영재를 잡아 죽이려는 강미르를 간신히 막아세워 동상을 폭파한 진범을 잡을 시간을 벌어낸 박무열은 아침에 곧장 이재규와 화학실로 가 화약이 묻은 동상 조각들을 찾아내 최치훈의 방으로 찾아간다. 최치훈은 여전히 리만 방정식을 풀고 있었고 박무열은 동상조각을 내밀며 여기 묻어있는 화약성분을 알 수 있겠냐고 묻는다. 블랙파우더. 현재의 폭파용 화약은 니트로셀룰로오스 같은 거니 폭파용 화약은 아니라고 즉각 대답하는 최치훈을 보며 박무열과 이재규는 벙찌고 최치훈은 웃음기 없이 동상 폭파됬을때 화학선생님과 성분 실험을 했었다며 덧붙인다. 박무열은 이번엔 동상 조각에 붙어있던 톱니바퀴를 건넨다. 이런것도 있었냐는 최치훈에게 박무열은 이게 뭐같냐고 묻는다. 톱니바퀴잖아/근데 왜 그게 동상에 붙어 있었던걸까?/(한심하다는듯) 몰라서 묻는거냐? 이 말에 침묵하는 박무열에게 최치훈은 말한다 "타이머!!!!"
최치훈의 말은 듣기에 따라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이재규가 박무열을 슬쩍 본다. 박무열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다. 최치훈은 다시 자기 작업으로 돌아간다.
박무열: (돌아서머) 고맙다.
이재규: (나가려다가) 저기... 안궁금해?
최치훈: (쳐다보지도 않고) 뭐가?
이재규: 우리가 이런 거 묻는 이유?
최치훈: (그제서야 돌아보면서) 궁금해 해야 하는 거냐?
이재규가 고개를 흔들고 밖으로 나간다.
재규는 이후 방밖으로 나와서 쟤는 사고의 회로가 다른것 같다며 중얼거림 ㅋㅋㅋㅋㅋ 재규는 몰랐을거야... 최치훈은 김진수라서 그렇게 대했던게 아니라 그냥 자기를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저렇게 무감정하게 대했다는걸....
3. 박무열이 오지랖쟁인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박무열이 대책없이 착한 오지랖쟁이냐 하면 물론 그건 아니다. 그가 하는 일은 무질서한 사람들 사이를 중재해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지 개개인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고, 어떤 결말을 맞이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유은성 제외;;) 대본을 보다보면 은근 단호박 먹은 박무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동상 폭파와 관련해 박무열이 강미르와 조영재를 적당히 압박해 정보를 캐내는 장면을 보면 왜 애들이 메뉴얼맨 박무열이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지 대충 알것 같다. 왜 보통 학원물에서 그런 캐릭터는 대개 호구 캐릭터로 나오는 편이잖음? 착하고 잘웃고 공부도 잘하고 성실한 반장같은 역으로. 하지만 수신고의 박무열이는 확실히 그런 호구형 캐릭터는 아님.
박무열: 조영재가 폭죽세트를 훔쳤다는 거 누구한테 들었어.
강미르: 그건 박형사가 알아내야지.
박무열: 조영재가 폭죽세트를 훔쳤다는 걸 증명하지 않으면 넌 여전히 용의자야.
강미르: (박무열을 쳐다보며 장난치듯 웃는다)
박무열: (개의치않고 진지하게 강미르를 본다) 뭐 그래도 상관없다면, 나도 그만 둘까 하는데...
결국 강미르는 자신이 해킹한 CCTV영상을 보여주게 된다. 그리고 강미르가 말한것이 진실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된 박무열은 이제 조영재를 추궁하기 시작함.
조영재: (다른 사람을 의식하면서) 그 편지 미친 미르가 쓴거지?
박무열: 강미르는 편지하고 상관 없어.
조영재: 어떻게 알아?
박무열: 강미르가 학교에 남은 건 오직 너 때문이니까. 너 12월 18일날 학급 운영회실에 왜갔었냐?
조영재: 뭐?
박무열: 그것도 밤에...
조영재: 너 그 미친 새끼 말을 믿는 거냐?
박무열: (조영재를 똑바로 보며) 아니, 내가 믿는건 증거야.
조영재: (아주 잠깐이지만 눈빛이 흔들린다) 간보지마. 그런 게 있으면 벌써 선생한테 들고 갔겠지? 안그래?
박무열: (눈을 치우느라 힘을 쓰며) 곧 확실해질거야. 누구 말이 맞는지... 고백할 게 있으면 그 전에 하고, 숨길 게 있으면 미리미리 숨겨라. 미친 미르잖아. 언제 네 방에 또 뛰어들지 몰라.
조영재: (곧이듣지 않는다) 박무열, 제법이야. 협박도 하시구...
박무열: 미리 말해두는데, 난 네편도 아니고 강미르 편도 아니야. 누가 벌점을 받고 누가 퇴학당하든 상관없어.
은근히 압박받은 조영재는 결국 밤에 윤수의 시계를 처리하려하고, 그걸 박무열과 이재규가 추적하게 된다.
이런 장면 보면 박무열은 검사 해도 괜찮았을것 같음. 그냥 수신고 애들로 팀짜서 수사하는 스토리도 재밌었겠다.... 얘네는 캐릭터 하나하나가 너무 선명해서 아무 스토리에나 끼워맞춰도 얼추 다 잘어울림. 그래서 상플 소재가 무궁무진하지....
4. 2화 엔딩씬은 조영재가 시계를 처리하고 윤수를 찾아가 머리채를 잡고 추궁하는 장면. 나레이션은 역시나 재규담당.
이재규: 하얀색이 주는 눈부신 공포. 단절된 공간. 그리고 우리 모두는 각자 비밀을 갖고 있었다.
작가는 하얀색의 이미지를 소설 '샤이닝'에서 따왔다고 함. 스티븐킹의 소설인데 눈에 뒤덮힌 호텔에서 벌어지는 스토리로 영화로도 꽤 유명함. 작가는 주인공을 미치게 만든건 결국 악령이지만 그 전에 분위기를 조성하는 건 절대적인 '하얀 풍경'이라고 생각해서 그걸 드라마에 접목시켰다고 덧붙임.
2화는 짧다. 확실히 회수가 짧아지니 섬세한 맛은 줄었는데 그래도 지루할 틈은 없었던것 같음. 본편이 한 12편만 되었어도 후반부가 그렇게 허술하진 않았을것 같다는 생각을 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