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2015.07,11

CAST: 박은태, 최재림, 장은아, 김태한外

 

 

 

 

1.

 

 한동안 리뷰고 티켓북이고 손놓고 살아서 이젠 도대체 어디부터 뭘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 모르겠음. 근데 오늘은 왠지 썰을 풀고 싶은 날이라 일단 짧게라도 적어보려고 함.

 

 

 

 

2.

 

 지크슈 초연까지 합치면 은한/은윤/은김/은재 이렇게 4페어 본듯. 재연때는 은한 + 은재 이렇게 봤는데 오늘은 재연페어 분석해보는 방향으로 해보려 함. 은곰도 봐야하는데 시간이 허락해 줄지ㅠㅠㅠㅠ

 

 

 

 

3.

 

 은저스야 기본적으로 단호하고 신성한 면이 돋보이는 신의 아들이고. 재연에선 그 인간적인 면이 더 확장된 것 같긴한데 기본노선은 신의 장자같은 그런 느낌이 있음. 신의 자식이라는 점을 제외한다면 여태까지 아버지 말에 단 한번도 어긋나게 행동한 적이 없었던 느낌. 그래서 한유다와는 성격적으로 충돌하는 느낌이 있고 재유다와는 은연중에 서로 이해하는 느낌이 듦. 캐릭터로 따지면 한유다는 한창 사춘기 지나고 있는 막내아들 느낌이고 재유다는 마찬가지로 장자 느낌이니까. 오늘 공연이 캐릭터적으로 흥미로웠던 점이 이거였음. 어른냄새났던 윤유다를 제외하고 김신의 + 한지상은 대형견 혹은 멍뭉이 느낌이라 지저스-유다가 서로 상반되는 캐릭터로 그려졌었는데 은저스와 재유다는 가치관 차이가 났다 뿐이지 뭔가 동류의 향이 났단 말이지. 애초에 이 일만 없었다면 저 둘은 사이좋은 스승과 제자로 평생 충돌없이 잘 살았을것 같은 느낌.

 

 

 

 

4.

 

 한유다는 비맞은 유기견 같은 느낌이 있음. 크고 깊은 눈때문인지 기본적으로 한껏 밝으면서도 슬픈 인상인데 그게 유다 캐릭터랑 합쳐지니까 멍뭉미가 쭉쭉 상승. 세상에 태어나 방황하다가 지저스를 만나서 구원받고 새 삶을 살게된 느낌이 있음. 지저스를 무슨 어미오리 따라다니는 새끼오리 느낌으로 따라다니는데 일단 기본적으로 둘은 성향이 달라보였음. 극 초반에 마리아를 두고 둘이 언쟁을 벌일 때 둘 태도를 보니 확실히 가치관 자체가 달라보였달까. 한유다는 혁명가적인 성격이 강해서, 결국 지저스가 세상을 구원하는 방법은 유대인을 하나로 규합해 로마로부터 나라를 독립시키는 방법뿐이라고 생각했음. 유다가 지저스의 말에 삶의 구원을 얻은건 맞지만 기본적으로 평화를 사랑하고 애초부터 혁명을 일으킬 생각따윈 없었던 지저스와는 기본 사고방식 자체가 다른거. 다른 제자들이야 뭐 지저스가 마리아 쉴드를 치던말던 뒤에서 수근수근하고 마는데 한유다는 지저스의 생각이 존나 이해가 안가는데다가 + 그걸 도저히 두고 볼 수가 없는거지. 그래서 계속 충돌이 생기는거고.

 

 아마 한유다는 그렇게 기본 하드웨어 자체가 지저스랑 달라서 계속 소소하게 부딪쳐 왔을거고, 그게 결정적으로 터진게 지저스가 스스로 파멸하려고 했을때였음. 왜 모든것을 가질 수 있음에도 그 모든것을 다 버리려 할까. 유다가 지저스에게 가지는 근본적인 의문이었고 아마 그건 유다가 죽을때까지 이해 못할 부분이기도 했을거임. 신이 지저스에게 내린 숙명이 어떤 것인지 말하지 않아도 알 정도로 똑똑했지만 그걸 아는것과 이해하는 것은 천양지차니까. 지저스가 처음부터 끝까지 고독함에 괴로워하는게 절절하게 이해되는 부분이 여기였음. 자신을 추종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지천인데 아무도 자기를 이해 못한다니 그것만큼 끔찍한 일이 어딨음.

 

 아무튼 결국 한유다가 지저스를 배신하는데 이게 약간.... 순간적인 '욱'함에 의한 실수로 보여지는 부분이 있음. 아무리 말을 해도 지저스는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따르려 하니까 유다는 처음에 이걸 설득하려다가 나중에는 내가 정말 이렇게까지 하면 마음을 바꾸시겠지, 아마 이렇게 생각했을거임.

이런저런 캐릭터 보다보면 한국 라이센스 버전 자체가 한유다 노선에 최적화된 느낌이듦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다가 죽기전에 그곳에서는 날 사랑해 달라고 절규하는 장면이 가장 어울리는 것도 결국 한유다고 ㅇㅇ 왜냐면 유독 은저스는 한유다에게 박했고, 한유다는 늘 그거에 서러워 했으니까.

 

 한유다는 지저스에게 반항하지만 동시에 지저스를 끔찍하게 사랑하는 캐릭터. 새벽 2시 구남친 감성으로, 정말 찌질할 정도로 지저스에게 매달리고, 그가 마음을 돌릴것을 갈구하는데 그게 가장 안타까웠던게 1막 엔딩과 이어지는 2막 오프닝인 최후의 만찬 장면. 한유다는 평소엔 삐딱하다가도 결국엔 순종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그게 잘 드러난게 최후의 만찬이었음 ㅋㅋ 당신을 이해 못한다고 싸우다가도 조신하게 잔을 받아드는 모습은ㅠㅠㅠㅠㅠ

 

 그래서 결론은 죽기 직전 "당신이 날 죽이는거야"라는 말이 가장 처절하게 다가왔던 것도 한유다였음. 은저스는 유다가 반항하면 할 수록 더 엄격한 모습을 보였고 그게 유다를 애정결핍으로 만들어서 더욱 빗나가게 한 느낌. 그 모든것도 아마 지저스가 예상했던 것이었겠지만 그래서 그렇게 처절하게 죽음을 맞이한 유다를 바라보는 지저스의 눈빛은 굉장히 무겁고 슬펐음. 저 아이를 저렇게 만든 것은 결국 자신이었으니까. 은저스는 유다의 죽음을 본 이후 놀랍도록 초연하게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게 됨. 겟세마네 까지는 혼란스럽고 분노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체포된 직후에는 힘겹게 버티는 모습이었는데 유다의 죽음을 알게 된 후에는 이제 정말 이 길을 가야만 한다는 확신에 가득찬 모습이었음. 빌라도가 지저스의 눈을 보고 놀란게 아마그 신념에 가득찬 눈빛 때문이었을 것임. 이전까지는 인간적인 모습과 신의 모습이 혼재되어 있었다면 이후에 보이는 지저스는 초월자의 영역에 완전히 들어선 느낌이었음. 어쨌든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인간의 기본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결국 지저스는 이 단계를 넘어서서 자신이 인간을 구원해야 한다는 의지와 신념으로 가득차게 된거니까.

 

 한유다의 슈퍼스타는 잔망스러움. 지저스를 비꼬기도 하고 정말 궁금했던 걸 물어보기도 하는데, 이게 정말 순수한 의문이라 웃음이 나올 정도 ㅋㅋㅋㅋ 당신은 대체 뭘 위해 희생한거죠, 누굴위해. 아마 이게 유다는 죽을때까지 궁금했을거니까 ㅋㅋㅋㅋㅋㅋ

 

 

 

 

 

 

5.

 

 이거 원래 은저스-재림유다 리뷰인데 어쩌다보니 페어비교글이 되어가고 있....

 

 메인으로 들어와서, 재림유다는 한유다와 반대임. 한유다가 지저스의 철부지 막내아들, 아픈손가락이면 재림유다는 지저스가 가장 신뢰하고 아끼고 사랑하는 장자. 재림유다는 은저스와 그 '장자'포지션 때문인지 뭔가 묘하게 닮은 모습임. 한유다가 멍뭉멍뭉한 유기견이라면 재림유다는 지저스의 믿음직스러운 충견이자 그림자. 단 한번도 그를 실망시키지 않고 배신하지도 않을 사람이기에 아마 지저스는 재유다를 매우 신뢰했을거임. 은저스가 유다들에게 꽤나 박한 편인데 유다들을 통틀어서 가장 '대놓고' 아끼는 모습을 보였던건 재유다가 아닐까 싶음. 애초에 은저스는 재유다가 자신이 명령한다면 그 명령을 충실하게 이행할 거라고 생각했을 거임. 유다가 자신을 사랑하지만, 결국 자신의 그의 주인이니까. 이러니까 약간 주종관계 느낌도 난다. 은한은 스승-제자 느낌이 났는데 이쪽은 주종관계느낌.  

 

재유다가 초반에 마리아 때문에 지저스와 다투지만 아마 그건 둘에게 별로 대수로운 일이 아니었을거임. 지저스는 그가 언제나 충실한 부하임을 알고 있었고 그가 지금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던 결국 자신이 행하고 원하는대로 움직여줄걸 알았음. 그래서 유난히 재유다에게 따뜻했던듯. 네가 원하는 일을 하라고 할때도 재유다 가슴께에 가만히 손을 올리고 조용히 말하는데 오오오.... 재유다는 자신이 그를 고발해야한다는 것보다 지저스가 스스로 파멸해야 한다는 사실을 못받아들여했을거임. 한유다가 그가 죽으면 혁명도 물거품이 되기 때문에 + 그를 사랑해서 그를 말리고 싶어했다면 재유다는 자신의 스승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사실 그 자체때문에 지저스의 명령에 처음으로 불복하고 싶어졌겠지. 뒤에서 슬퍼하는 한이 있더라도 다른 유다에겐 언제나 단호하고 엄격한 모습만 보였던 은저스는 처음으로 보이는 제자의 모습에 당황하지도 않고 묘하게 달래듯이 말하는 느낌이었음. 이렇게 해야 신의 뜻이 이루어진단다. 조용하게 말했지만 그 말의 무게는 유다에게 대단히 무겁게 다가왔을거니까.

 

그래서 재유다가 자신의 이름이 영원이 저주받을 거고, 애초에 난 돈따위에 팔린것이 아니라는 가사를 불렀을때 묘한 이질감이 느껴졌음. 재유다라면 그런것엔 신경쓰지 않았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한유다가 지저스를 고발했지만 자신의 결정이 지저스를 이렇게 고통받게 할 줄 몰랐기 때문에 멘붕이 오고 괴로워했던 것과 달리, 재유다는 자신의 결정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잘 알고 있을것 같았음. 그렇기 때문에 답지않게 은저스의 말에 따르지 않고 오래 미적거렸던거고.

 

착한 사람이 화가나면 더 무서운 것처럼, 재유다는 한번 지저스의 명령에 따르기 시작하자 보란듯이 돈주머니를 받아 들어올리고 죄책감에 괴로워 하면서도 지저스를 외면함(1막엔딩). 그러다가도 지저스가 그런 자신을 아프게 보고 지나쳐서 천천히 걸어가 독배를 받아 마시는 모습을 보자 결국 그 뒤에서 그대로 무너져서 괴로워함. 내가 1막 엔딩을 좋아하는 이유가 지저스와 유다의 캐릭터적 성향이 한번에 보이는 씬이라서인데 은-재페어는 진짜 오.... 유다가 그렇게 단호한 모습은 처음봤음. 오히려 유다가 강하니까 지저스가 약해지는 모습이었고. 재유다의 분노는 쭉 이어져서 최후의 만찬까지 가는데 지저스와 다투더라도 만찬에서는 순종적인 모습을 보이는 다른 유다와 달리 재유다는 지저스가 한명한명 응시할때조차 시선을 피하는 모습을 보임. 은저스는 그런 유다를 오래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리고. 은재페어 기준으로 유다와 지저스가 정말 첨예하게 '대립'한다는 느낌을 주는건 최후의 만찬 딱 한씬뿐임. 그때 처음으로 둘은 정말 진심으로 싸우는 느낌. 지저스가 원한 모든것을 따랐던 유다가 처음으로 소리치며 반항하고 그토록 사랑했던 스승에게 이젠 당신을 증오한다는 말을 씹어뱉는 장면은 정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은저스가 유다에게 손가락질하며 배신자라고 하는 모습도 정말 낯선 모습이지. 은저스는 언제나 최후의 만찬에서 일부러 위악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음. 유다가 좋은 말로 해서 듣지 않으니 무섭게 굴어서라도 자신의 의무를 행하려는 그런 성향인데 재림유다랑 싸울때는 그 말에 분노가 느껴졌음. 네가 내 고독을 이해하지 못할지언정 내 뜻을 이해하지 못했던 적이 있기나 했느냐, 이것이 신의 뜻이니 제발 이젠 따르거라. 뭔가 이런 느낌이 함축되어 있었던것 같은데 아마 이쯤되니 지저스도 화가 나긴 했을거야. 자신도 이 파멸을 이해할 수 없는데, 날짜는 다가오고 있는데다가 가장 사랑하는 제자는 갑자기 말을 듣지 않으니... 지저스의 그동안의 불안함과 초조함이 분노로 표출된 느낌이었음. 지저스가 분노했을때는 사람들이 성전을 더럽히는 행위를 했을 때 등 언제나 '신의 명'에 따를 때 뿐이었는데 아마 진정으로 분노했던 장면은 최후의 만찬, 그리고 이어지는 겟세마네 장면 뿐이었음. 재유다는 가야바에게 예수가 혼자 기도하는 곳을 귓뜸해줬고, 심지어 확실한 증표로 돈까지 받아챙겼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지저스를 죽게 하고 싶진 않았던걸로 보임. 한유다가 지저스가 진정으로 그 '신의 뜻'이란 것에 따를 것이라고 생각 안했던 것에 반해 재유다는 애초에 은저스가 처음부터 그럴거란걸 알아서 끝까지 막아보고 싶어했던거. 그때문에 한유다의 죄책감이 재유다의 죄책감보다 커지는거고. 한유다는 진짜 몰랐으니까. 재유다가 결국 지저스의 발치에 엎드려 처음으로 빌기 시작하는데 아 진짜 슬펐음. 유다 어깨를 잡아주고 싶어서 은저스 손이 잠깐 펴졌다가 사도들의 노래가 시작되고 재림유다가 모든것을 체념하자 결국 그 손이 어깨에 닿지도 못하고 거둬들여지는데 와 씨..... 심지어 은저스는 예전에 유다에게 네가 행해야 하는 일을 하라면서 재림유다 어꺠랑 얼굴을 다정히 어루만지는데 한유다가 아마 이꼴봤으면 배아파 죽었을거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모든것을 체념한 재유다는 그 순간부터는 지저스의 얼굴조차 보지 않고 걸어나감. 은저스랑 닮은 모습이 여기서 나오는데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한 이후부터는 뒤도보지 않고 그 일을 행한다는 모습이 둘이 참 닮았음. 은저스를 고발할때에도 마치 입맞춤조차 자신이 해야하는 일을 하는것처럼 급하게 해버리고. 한유다는 무슨 연인에게 하듯 다정하고 슬프게 하곤했지.... 은저스가 최후의 만찬 이후로 불안함과 초조함이 극대화되는 장면이 이어지는 겟세마네인데. 여기서 은저스의 분노에 도화선이 된게 방금 한 유다와의 언쟁일듯. 유다처럼 언제나 신의 명령에 순종했던 은저스가 처음으로 반항하는 장면인데, 대체 내가 왜 죽어야 하나, 무얼 위해서, 누굴위해서, 그래서 당신은 대체 무얼 얻는거죠. 분노에 절규하던 지저스는 그럼에도 결국 피를 토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임. 나병환자들에게 둘러싸여있을떄도 그들을 구하기 위해 끝없이 손을 뻗어대던 은저스의 모습과 겟세마네때 신에게 저항하는 모습과의 간격이 커서 보고 있으면 신이 참 잔인해 보임. 우릴 위해서라는건 아는데, 그래도 꼭 그래야 했나요. 그런 생각이 드는거지. 결국 모두가 행복하기 위해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는건 너무한 일이잖아 솔직히.   

 

재유다가 키스로 지저스를 고발하고 지저스는 편안한 표정으로 그걸 받아들임. 고통받는 지저스를 재유다는 얻어맞아 가면서도 끝까지 따라가는데 한유다가 죄책감과 불안감, 그리고 새끼오리처럼 거의 본능적으로 지저스의 뒤를 밟았다면 재유다는 속죄의 심정 같았음. 자신이 저지른 일이니 결국 자신이 이 모든 것을 지켜봐야 한다고, 아마 그렇게생각했을듯. 재유다에겐 자살도 의무의 연장선처럼 느껴졌는데 그래서 죽기 직전에 부르는 자신을 사랑해달라는 절규가 재유다에겐 참 안어울리는 가사였음. 그 가사는 한유다 특화 가사인듯 ㅋㅋㅋ 재유다는 언제나 사랑받는 제자였으니까 ㅇㅇ

 

죽은 재유다를 보는 은저스의 눈빛이 한유다 볼때랑은 다른데 한유다가 말그대로 아픈 손가락에 언제나 마음으로는 싸고돌고싶었던 애틋한 사람이라면 재유다의 죽음은 은저스에게 오른팔이 떨어져 나간 느낌이었을듯. 팔다리가 잘려나가서 이제 모든것이 끝에 이르렀다고 느꼈을거고, 유다가 죽었으니 마지막은 자신이 이루어야겠다는 의지가 막 생기고... 그래서 지저스 눈빛이 위에 말했던것처럼 그때부터 놀랍도록 초연해짐.

 

결론적으로 은재페어는 진짜 독특한 관계였던걸로. 보통 지저스와 유다의 관계를 애증으로 묘사하는데 이쪽은 동반자 느낌이었음. 한유다가 감정이 사랑의 감정으로 느껴질 정도로 극대화되었다면 이쪽은 좀 더 건조하지만 대신 기본적인 신뢰가 바탕이 된 사이같다고 해야하나.... 그러니까 여러분 지크슈 보세요 존잼입니다. 연출이 후지지만 그딴거 배우들이 캐릭터로 다 쌈싸먹어요 존잼입니다.

 

 

 

 

 

 

 

6.

 

 정재일 음감님 사랑합니다. 시몬배우 사랑합니다. 귀가 아주 뻥뻥 뚤려요

 

 

 

 

 

 

7.

 

 장은아 마리아도 초연에 비해 많이 늘은듯. 지저스에게 이성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는 마리아라니....ㅠㅠㅠㅠㅠㅠㅠ

그러고보면 유다가 각별한 존재였던것처럼 지저스에게 마리아도 특별한 사람이었을듯.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면서 당신만 믿으면 나는 구원받을수 있느냐 모두 자신의 '구원'만을 요구하거나, 아니면 타락하거나, 자신의 뜻에 저항하거나인데 자신에게 어떤 욕심도 없으면서 그저 자신을 사랑하고 위로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정말 마리아 하나뿐이었을테니까. 그동안 마리아 솔로곡을 귀기울여 들어본적이 별로 없는데 오늘은 유독 가사가 슬프게 다가왔음ㅠㅠㅠ 지저스를 사랑하지만 그가 혹시라도 자신에게 사랑한다 말하면 도망가버릴거라고ㅠㅠㅠ 왜냐면 그가 너무 두려우니까. 나는 이 가사 듣고 놀란게 마리아가 지저스를 두려워하는지, 지저스를 사랑하는 자신의 모습을 두려워하는지, 지저스가 자신을 사랑할지도 모르는 그 상황이 두려운지는 모르겠는데 기본적인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다는거에 놀랐음. 마리아는 언제나 처연하면서도 조용한 느낌이었는데...

그를 가지고 싶고 미치도록 사랑하지만 동시에 그를 두려워한다는 마리아의 양가감정이 진짜 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

 

 빌라도. 불쌍한 빌라도.

태한 빌라도는 '꿈'에서 지저스를 본 이후 계속 진저리치면서 손을 닦아내는 모션을 취하는데 디테일이 정말...

빌라도는 지저스의 말을 모두 믿은건 아니지만 그래도 지저스가 그저 미친 사람이거나 야망가가 아니었다는 것쯤은 알았을듯. 미쳤다면 애저녁에 죽이고 끝냈겠지. 지저스는 처음엔 지저스를 신기하게 생각했다가 그와 몇마디 얘기해보고는 아마 본능적으로 이 상황을 피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거. 사안 자체가 자신이 나중에 뒷감당하기엔 좀 귀찮은 종류였으니까. 다시 지저스가 돌아오고 유대인들의 분노과 원성이 시작되자 빌라도는 점점 초조해짐. 그의 눈을 맑고, 신념이 담겨있고, 가장 중요한건 그가 진심으로 자신의 손에 죽고싶어한다는게 느껴지니까. 빌라도는 냉혹한 지도자였겠지만 이정도로 감정이 없는 상태의 사람은 처음봤을것 같음. 인간의 감정은 사라지고 신성만 남은 지저스의 모습이라니 나같아도 오금이 저림ㄷㄷㄷㄷㄷ 광기에 가득찬 군중의 앞에서 홀로 지저스를 쉴드치는 빌라도의 모습은 그래서 애처롭게 보일 정도. 작품 내 빌라도 캐릭터 자체가 그렇기도 하지만 태한 배우가 해석한 빌라도가 참 좋았음.

 

 

 

 

 

 

9.

 

 작품을 보고나면 결말이 의미하는 것이 고귀한 희생인지 끝없는 허무인지 혼동스러워지기도 함. 큰 의미로 보면 결국 작품 내 모든 캐릭터가 '신의 섭리'라는 체스판 위를 노니는 말에 불과하니까. 따지고 보면 신의 단 하나의 아들조차 그의 뜻을 거역 못하는데 그저 한낱 창조물에 불과한 인간 나부랭이 따위가 과연 지저스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까 싶고. 그러다 보면 유다나 빌라도, 가야바 등 지저스의 죽음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노력이 전부 허무하게 다가오기도 함.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요새, 모든 인류를 위해 개인을 희생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의문이 들 때도 있단 말이지. 태어나는 이유가 고작 3년을 고생하고 죽기 위해서라니 이건 너무하잖아요. 그러니 십자가에 못박혀 죽어가는 지저스를 향해 죽은 유다가 흰 옷을 입고 묻는 "위대함과 바꾼 죽음 만족하시나." 라는 질문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질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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